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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4등록일
2025-01-28
총동창신문 동문 에세이> "미국에도 쿠데타 음모가 있었다고?" 박용필 전 LA중앙일보 논설고문
박용필 (사회사업66-73) 전 LA중앙일보 논설고문
1980년대 초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시절 얘기다. 행사장에서 우연히 레이건을 만난 한국의 기자가 이런 질문을 던졌다.
“미국에도 쿠데타가 일어날 가능성이 있습니까.” 씨익~ 한번 웃어넘기는 것으로 답변을 대신한 레이건.
그러고는 ‘무슨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냐’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미국에서 쿠데타 음모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프랭클린 루즈벨트의 집권 2년 차인 1934년 실제 상황이 벌어졌다.
유권자들은 나라 살림을 거덜낸 후버와 공화당을 심판하고 민주당의 루즈벨트를 백악관 주인으로 뽑았다.
그가 내세운 뉴딜 정책은 그러나 정부의 시장개입, 노동자의 단결권과 단체교섭권 등 노동 친화적인 공약이 주를 이뤘다.
월스트리트로 대표되는 자본가들은 루즈벨트의 잇단 개혁에 분노했다. ‘보이지 않는 손’으로 대표되는 애덤 스미스식 자본주의를
찬양하던 기업인들에게 뉴딜 개혁은 빨갱이나 하는 짓이었다. 대기업들은 집요하게 루즈벨트 악마화에 나섰다.
이런 상황서 결국 쿠데타 음모가 터져 나온 것이다. 월스트리트가 쿠데타 지도자로 내세운 인물은 스메들리 버틀러 예비역 해병 소장.
1차 대전 참전 용사 50만 명을 동원해 연방의사당과 백악관을 점거하는 시나리오를 작성했다.
쿠데타가 성공하면 루즈벨트를 권좌에서 끌어내리고 버틀러를 지도자로 내세워 파시스트 국가를 수립한다는 것이 골자다.
그러나 쿠데타 모의는 곧 발각되고 만다. 폭로자는 뜻밖에도 버틀러 자신이었다. 전쟁영웅이었지만 그는 민주주의 신봉자였던 것.
하원 청문회에 출석해 쿠데타 모의의 전모를 밝혔다. 증언에 따르면 JP 모건을 비롯해 듀폰, US 스틸, 스탠더드 오일 등 재벌기업들이
거사 자금을 대기로 약속했다. 이 같은 사실이 언론에 보도되자 쿠데타 관련자들은 술자리에서 나온 농담에 불과하다며 발을 뺐다.
당시 육군 참모 총장은 더글러스 맥아더. 합참의장이 없던 시절이어서 그는 사실상 군 서열 1위나 다름없었다.
용의자들을 붙잡아 물고를 내며 배후를 캤을 법했으나 그런 기록은 어디에도 없다.
헌정질서를 파괴하려 했으니 군통수권자인 루즈벨트도 어떤 형태로든 반응을 보였어야 했지만, 그 역시 침묵으로 일관한 것.
그래서 기업인들의 쿠데타 음모는 실재했으나 루즈벨트가 이를 은폐했다는 주장이 설득력 있게 나돌았다.
쿠데타 모의에 참가한 기업인들을 몽땅 잡아들이면 가뜩이나 논란이 되고 있는 뉴딜 정책은 실패로 돌아갈 게 뻔해
쿠데타 음모를 없던 일로 덮어버렸다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미국 역사는 이 사건을 쿠데타가 아닌
‘비즈니스 계략(Business Plot)’이란 말로 얼버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