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번째 결승 대결, 이번엔 인문대가 웃었다
제19회 동문 바둑대회
인문대, 숙적 농생대에 승리
최강조 안성문 동문 우승
23학번 등 재학생 14명 참가
바둑부에 동창회 격려금 지급
일진일퇴(一進一退) 하던 두 팀이 올해도 만났다. 본회 바둑대회 단체전 결승에서 통산 7번째 맞붙게 된 농생대 팀과 인문대(구 문리대) 팀. 기세는 4년 연속 우승한 농생대가 좋았다. 하지만 박치문(국문68-79)·신병식(미학73-78)·최준영(국문87입)·신영수(동양사16입) 동문과 재학생 김상우(인문20입) 씨로 팀을 꾸려온 인문대가 이를 저지했다. 7월 2일 모교 관악캠퍼스 농생대 제3식당에서 열린 제19회 동문 바둑대회에서 인문대는 문리대 팀 시절까지 합해 5번째 단체전 우승을 거머쥐었다.
본회 동문 바둑대회는 올해도 바둑이라서 가능한 신구의 조화를 보여줬다. 1958학번 동문부터 2023학번 새내기 재학생까지 130여 명이 대회장을 찾았다. 단체전에 45명이 9개 팀을 이뤄 참가했고, 개인전에 85명이 출전했다. 애기가로 이름난 김동녕(경제64-68) 한세예스24홀딩스 회장이 대회장, 박치문(국문68-79) 전 한국기원 부총재가 운영위원장, 신병식(미학73-78) 전 SBS 논설위원이 운영위원을 맡았다. 모교 출신 프로 기사 오주성(물리천문07-11) 2단, 송혜령(대학원21입) 2단이 심판위원으로 참여했다.
왼쪽 사진 송혜령 2단과 기념촬영 중인 한 동문. 오른쪽 사진 대국 시작 타징하는 김인규 수석부회장.
최근 4번 연속 농생대 팀에 패배했던 인문대 팀은 젊은 피를 수혈해 돌아왔다. 농생대도 70·80·90학번으로 고르게 구성됐지만, 인문대는 최강조 우승 경력이 있는 신영수 동문을 포함해 2000년대 학번까지 포진했다. 효과는 우승으로 톡톡히 봤다.
개인전 최강조 우승 트로피는 안성문(정치83-87) 동문이 차지했다. 4회·17회 대회 개인전 우승과 단체전 우승을 합해 7번째 우승 기록을 썼다. 안 동문은 “바둑은 친구들과 계속 연을 맺어줘서 좋다”고 말했다. <아래 인터뷰>
이날 모교 바둑부를 비롯해 14명의 재학생이 참여했다. 선후배가 “잡을 수 있나?”, “잡을 순 있는데, 맛이 좀 안 좋긴 하네요” 같은 대화를 나누며 서로 알려주고 경청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대국 후 어린 후배와 도란도란 바둑판을 짚어가며 수를 돌아보던 윤석태(화학교육73-77) 동문은 “학생이 실수한 것 같아 복기하면서 설명을 좀 해줬을 뿐”이라면서 한편으로 대회에 대해 다소 아쉬운 감상을 전했다. “7~8번 정도 참가했는데, 팬데믹 전보다 사람이 조금 줄어든 것 같다. 특히 30~40대 중간 세대가 안 보여서 아쉽다”고 말했다.
대학원 재학 중인 류정석(경제17입) 씨는 “알파고와 이세돌의 대국을 보고 고3 때 바둑을 시작했다. 바둑부였지만 대국은 주로 인터넷에서 두다 오늘 처음 나왔는데 대면 대국을 많이 해서 좋았다. 선배님들이 잘 두셔서 이기신 건데도 ‘실수해 줘서 이긴 것’이라 말해 주시더라. 친절하게 대해 주셔서 감사했다”고 말했다.
오후가 되면서 대국은 더욱 치열해졌다. 반상에 빨려들어갈 듯 반쯤 의자에서 일어서거나, 흐트러짐 없이 꼿꼿한 자세를 유지하는 등 각양각색 대국 스타일이 드러났다. 송혜령 동문과 오주성 동문은 한시도 쉬지 않고 반상 사이를 돌아다니며 동문들을 지도했다. 동문들이 데려온 어린 자녀들과 참가자들이 접바둑을 두며 놀기도 했다.
이날 김종섭 회장은 한미동맹 60주년 기념행사 참석차 미국에 있어 김인규 수석부회장이 개회사를 대독했다. 김 회장은 “서양의 체스가 상대의 왕을 잡아 완전히 패배시키는 게임이라면, 바둑은 승자도, 패자도 나름의 영역을 확보하고 상생하는 게임”이라며 “화합은 바둑의 기본 정신이다. 모교와 대한민국의 발전을 위해 우리 서울대인이 갖춰야 할 자세 또한 화합”임을 강조했다.
이경형 상임부회장(가운데)과 단체전 우승 인문대팀의 기념 촬영.
유홍림 모교 총장은 “예전엔 학교 곳곳에 바둑판이 있었는데, 요즘은 그렇지 않아 아쉽다”며 “바둑은 개인적인 경기라기보다 구경하는 사람들까지 공동체 속에서 이뤄지는 활동이다. 복기 또한 승자와 패자가 머리를 맞대고 본인들의 수를 돌아보면서 소통한다”며 바둑의 공동체적 성격을 강조했다.
신지우(사회대22입) 바둑부 회장은 “현재 바둑부에 150명이 활동하고 있고, 주1회 만나서 바둑을 둔다”고 소개하며 “얼마전 3년 만에 타 대학이 참여하는 관악국수전을 열었고, 8월엔 동경대와 교류전을 여니 OB분들도 많이 참여해 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바둑부를 지도해온 송혜령 동문은 “바둑부 친구들의 열정이 대단하다”고 칭찬했다.
대국 종료 후 진행된 경품 추첨에서 김종섭 회장이 협찬한 기타는 남시철(보대원63-65)·강형근(불문82-87)·임도환(화학공학81-85) 동문에게 돌아갔다. 본회는 참석 동문 전원에게 기념품을 증정했다.
박수진 기자
협찬해주신 분들
김종섭(사회사업66-70) 총동창회장 기타 3대
유홍림(정치80-84) 총장 갤럭시 탭
김동녕(경제64-68) 한세예스24홀딩스 회장 스텐콜드컵드립백 50세트
최병민(외교71-75) 깨끗한나라 회장 물티슈
이효건(역사교육66-70) 전 인하사대부고 교장 10만원
인터뷰
“기자 하며 좋은 시합 많이 본 덕입니다”
안성문 동문
정치83-87
단체전 4회, 개인전 2회. 지금까지 모교 바둑대회에서 안성문 동문이 거둔 우승 이력이다. 여기에 올해로 개인전 우승 1회를 추가했다. 안 동문은 아마추어 6단으로 바둑TV 편성제작국장, 넷바둑 대표, 대한바둑협회 전무 등을 거쳐 한국기원 바둑리그팀 전문기자로 활동 중이다. 안 동문은 “올해도 성대한 대회를 열어준 동창회에 감사하다”고 말했다.
-본 대회 개인전 최다 우승자다. 변치 않는 기력의 비결은.
“매번 올 때마다 긴장되는데, 할 수 있는 건 전날 잠 푹 자고, 좋은 컨디션 만드는 것뿐이다. 물론 바둑은 계속 보고 있어야 실력이 유지된다. 바둑 기자 일을 하다 보니 좋은 시합도 많이 보고 계속 바둑과 연을 맺을 수 있었다.”
-1회부터 참가했는데, 오늘 대회는 어땠나.
“못 보던 후배들이 많이 와서 분위기가 젊어진 것 같다. 특히 사회에서 직장생활 하다 온 후배들이 많이 보인다. 1980년대 바둑부 전신인 관악기우회를 설립했는데, 바둑부 후배들을 많이 만나 반가웠다. 트로피도 아주 예쁘다.”
-AI로 바둑 판도가 바뀌었다는데.
“바꿔놓은 건 맞다. 신진서 9단처럼 AI를 가장 잘 이해하는 사람이 최고 고수에 오르고 있다. 바둑 기자들도 인공지능을 이해하지 못하면 일하기 힘들어졌다. 다만 AI를 완벽하게 이해하고 자기 것으로 만들려면 한참 세월이 걸릴 것 같다.”
-나이 들수록 바둑이 좋은 점이 있다면.
“친구들과 계속 연을 맺어주는 것. 바둑마저 없으면 서로 만날 일이 뜸할 텐데, 바둑 덕분에 선후배, 친구들과 계속 만날 수 있는 것 같다. 학생 때 보고 수십 년 만에 대국한 친구도 있다. 좋은 사람을 만나고 기존의 인연을 이어 주는 바둑이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