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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형오 (외교 67-71) 전 국회의장, 기고문 <이제는 개헌을 생각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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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일

      2022-05-19





이제는 개헌을 생각할 때



김형오
외교67-71
전 국회의장


정권교체 때마다 정책 일관성 상실
책임정치·장기발전 위해 개헌해야


윤석열 대통령이 ‘드디어’ 취임했다. 선거 끝나고 꼭 두 달 만인데도 반년은 더 지난 것처럼 멀고 험하다. 취임 전후의 허니문이나 여야 간 협치는 기대도 할 수 없는 분위기다.

대통령이 중심인 용산 정부와 민주당이 장악한 여의도 국회 사이의 정치적 간극은 아득하다. 마치 두 개의 정부가 이 땅에 존재하는 듯하다. 전 정부로부터 물려받은 부채가 용암처럼 꿈틀댄다. 고물가, 부동산, 나라 빚, 탈원전, 경기침체, 실업, 저출산, 저성장, 세금문제만 해도 버거운데 환율, 금리, 무역 적자, 원자재까지 들썩거린다. 머리를 맞대도 시원찮은데 따로 놀고 덮어씌우느라 바쁘다.

정치적으로는 더 어렵다. 청와대 개방, 용산 이전부터 삐걱거리더니 물러날 대통령이 끝까지 인사권을 고집하고 총리를 비롯한 새 정부 장관들은 국회가 보이콧할 기세다. 70년간 유지된 형사법 체계의 근간을 국민 의견 한 번 듣지 않고 ‘검수완박’ 해버렸고, 닷새 후면 야인이 될 대통령은 기다렸다는 듯이 결재하고 청와대를 떠난다. 편법과 독선, 무지와 뻔뻔함이 판을 친다. 무엇이 이리도 급했는가. 도대체 누구를 위한 정치인가.

0.73%, 24만 표차를 민주당은 민심의 무게로 보지 않고, 억울함과 원망의 상징으로 여긴다. 정권교체기마다 크고 작은 갈등이 없지 않았지만 이번처럼 안하무인격인 ‘닥치고’는 초유의 일이다. 이런 혼란과 갈등, 분열과 대립은 특정 인물이나 정당에 의해서만 생산되는 걸까. 곧 있을 지방선거를 의식한 행태이기도 하지만, 사실상 현재의 혼란과 위기의 본질은 우리 헌법에 있다고 봐야 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는 윤석열 대통령이 이번 헌법에 의해 뽑힌 마지막 사람이기를 소망한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겪는 혼란과 갈등, 정치적 대립과 국민분열은 이제 끝내야 한다. 더는 5년마다 나라의 기틀과 미래를 허물고 국민을 불안과 고통의 덫으로 몰아가선 안 된다. 현행 헌법은 이미 역할을 다했다. 대선을 치를 때마다 곳간은 바닥나고 국민은 쪼개진다. 대통령의 개인적 불행도 계속됐다. 건국 대통령부터 예외가 없다. 1987년 직선제 이후 뽑은 여덟 명의 대통령 중 세 명은 감옥에 갔고, 한 명은 목숨을 끊고, 두 명은 자식들이 곤욕을 치렀다.(나머지 둘은 문재인과 윤석열) 친인척 비리와 부패로 대통령 주변은 늘 시끄럽다. 단 한 명의 대통령도 청와대를 웃고 나오지 못했다. 대통령의 불행은 국민과 나라의 불행이다.

나는 개헌이 지난한 과정인 줄 알면서도 오래전부터 주장해왔고, 또 최근 몇 년 동안은 반론도 폈다. 그 기준은 한마디로 권력이 아닌 국민적 합의에 의한 개헌이다. 내가 2008년 국회의장이 되어 만든 개헌자문위에서 마련한 개헌안은 지금도 개헌론이 나올 때마다 중요한 뼈대로 활용되고 있다. 그때 개헌을 했더라면 불행한 대통령은 결코 나오지 않았으리라. 나는 최근 다시 개헌론의 깃발을 들기로 했다. 현 정국을 보면 개헌 가능성이 사실상 희박하지만 입을 다물고 있기에는 시국이 너무 심각해서다. 변화는 새벽처럼 찾아오는 법. 개헌의 기회는 반드시 온다는 신념으로 준비하고 추진해야 한다.

현행 헌법의 치명적 맹점인 대통령에게 집중된 ‘제왕적’ 권력이 역대 대통령을 불행하게 만들었다. 또 집권 후반에 들어서면 새 ‘제왕’을 맞으려는 권력 싸움으로 현 대통령은 레임덕에 빠지고 만다. 여소야대 상황에선 정국 주도권 쟁탈전이 치열해진다. 국리민복은 뒷전이고 민주주의는 후퇴하고 패거리 정치가 횡행한다. 삼권분립의 핵심인 견제와 균형 장치가 허술하기 때문이다. 대통령과 국회가 충돌하면 극렬한 대립으로 치닫는다. 현행 헌법은 국회가 힘이 세지면 정부가 일을 못하고, 국회가 약하면 행정부가 독주하는 구조다. 발목 잡기와 극한 대립이 주도한다. 대법원과 헌법재판소, 선거관리위원회 등 헌법기관도 대통령의 영향력을 피할 수 없다. 현재의 구성원들도 전임 대통령 때 임명된 사람이 다수다. 또 대통령(5년 단임)과 국회의원(4년 연임) 임기가 달라 책임정치를 구현하기 어렵고, 중간에 지방선거(4년)까지 있어 거의 매년 선거를 치르니 혼란과 낭비를 피할 수 없다.

개헌을 바라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꿈과 희망을 다시 찾기 위해서다. 5년 단임제 이후 우리는 중장기 정책의 방향과 목표를 잃어버렸다. 세상은 급속도로 변화하는데 우리 정치는 5년마다 도돌이표다. 지난 5년은 전 정권에 대한 정치보복하느라 나라 발전 방향조차 세우지 못했다. 세계적 경쟁력을 자랑하던 원자력과 반도체 산업에도 이미 경고등이 켜졌다. 정책에 일관성을 찾아야 국가 경쟁력과 경제 성장률을 바로 세울 수 있다.

현행 헌법은 개헌을 하더라도 규정상 현직 대통령의 임기와 권한은 보장한다. 윤석열 대통령이 불행한 대통령들의 역사를 청산하고 누구도 못한 개헌의 다리를 놓는다면 대한민국의 물줄기를 바꾼 대통령으로서 길이 역사에 남을 것이다.

총동창 신문 2022년 5월 15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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