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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88등록일
2022-02-22
윤영관 (외교 71-75) 기고문. 하버드대에서의 특별한 강의 경험
동창회보 측으로부터 원고 청탁을 받았을 때 이 주제를 가지고 써도 될지 상당히 조심스러웠다. 그러나 특별한 경험이었기에, 모교 발전을 위한 자료로 공유하는 게 좋을 것 같아 간단히 소개하기로 했다. 특히 앞으로 대학 행정에 관여하실 분들에게 참고가 되면 좋겠다.
2년 반쯤 전 하버드대 안에 있는 외교안보 관련 연구소인 벨퍼(Belfer)센터에 시니어방문학자로 초빙되었다. 그런데 그곳에 오는 김에 정치학과에서 한 과목 맡아 강의해 달라는 제안도 받았다. 과연 거기서는 어떻게들 교육을 시키나 궁금했기에, 작년 가을에 한 과목을 가르쳤다. “북한 문제와 한반도 평화구축”이라는 3-4학년 위주의 세미나 수업을 했다. 엄격하게 15명 정원인데 지원자가 많아 추첨으로 수강자를 제한해야 했다.
무엇보다 대학 당국은 강의실 안에서의 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해 무진 애를 쓰고 있었다. 신임 교수들을 모아놓고 하루 동안 실시했던 오리엔테이션에서는 교수와 학생 간 소통의 질을 어떻게 높여야 할지 세세하게 지침을 제공하고 참가자들끼리 서로 토론하게 했다. 강의는 교수가 중심이 아니라 학생들이 중심이어야 한다는 점을 누누이 강조했다. 강의와 학습에 대한 대학부설 연구소인 데릭복(Derek Bok)센터와 다른 기관들이 어떻게 교수들의 강의를 도울 준비가 되어 있는지 상세히 소개했다. 기억에 남는 것 중 하나는 강의 신청자가 한 사람만 있어도 그 강의는 폐강되지 않으니 안심하라는 이야기였다.
학생 한 사람의 요구와 선호까지 맞춰줄 의지가 있었고 재정 능력이 있었다. 물론 하버드대는 재정이 풍부한 부자 대학이다. 교수들은 대학이 일괄적으로 세밀하게 준비한 포맷의 강의용 웹사이트를 활용해야 했는데 그것은 강의와 관련된 모든 기능을 처리할 수 있는 전천후 용도였다. 학생들과의 소통, 채점, 강의자료, 줌미팅 등 모든 것을 거기서 할 수 있었다.
그 웹사이트는 도서관의 담당 사서와 연결되어 필요한 강의자료를 언제든지 사서가 준비해서 그 웹에 올리면 학생들이 내려받아 읽을 수 있었다. 강의와 모든 지원 업무가 그 웹사이트를 중심으로 해서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작동하고 있었기에, 교수나 조교가 행정적인 잡일에 매달릴 필요 없이 강의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 대형강의의 경우, 대학원생 조교의 보충 강의는 강의의 질을 높이는 데 필수적이었다. 대학원 박사과정생들은 그 대가로 받는 급여와 장학금으로 돈 걱정 없이 연구에만 몰두할 수 있었다. 또한 학생들은 충분히 강의를 들어보고 뒤에 전공을 선택하는 시스템으로 그만큼 학생들의 자율성을 존중해주었다.
강의 중간쯤 되니 혹시 수업을 못 따라가는 학생이 있으면 연락해서 무엇이 문제고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전문 상담사의 상담을 받게 하라는 이메일이 왔다. 그만큼 한 명 한 명의 학생을 챙기고 있었다. 학과 방침은 각 세미나 과목의 경우 주별 과제나 기말과제까지 포함해서 학생들이 한 학기에 수십 페이지 정도의 글을 쓰게 하라고 교수들에게 권장했다. 교수는 강의 시작 3주 전쯤 강의계획서를 웹사이트에 올리고 1주 전쯤에는 수강에 관심 있는 학생들의 질문에 응답하는 줌 면담 세션을 가져 학생들의 수강 선택을 돕도록 했다.
학사행정 담당자 이외의 교내 모든 구성원들도 다른 교수의 강의계획서를 대개 볼 수 있게 되어 있었다. 정치학과의 다른 교수들 강의계획서를 살펴보니, 최소한 10페이지 정도 되었고 많게는 20페이지 넘는 교수들도 있었다. 한마디로 학생들이 한 학기 동안 꼼짝없이 공부에 매달릴 수밖에 없게 만드는 아주 상세한 지침서였다. 또 하나 눈길을 끌었던 것은 학부생들의 수강 과목 숫자가 한 학기에 4과목밖에 안 되었고 대신 수많은 동아리와 과외활동에 참여하고 있었던 점이다. 이를 통해 우정을 쌓고, 자아발견을 하고, 리더십 역량을 기르고 있었다. 수십 개 종목의 스포츠클럽에는 전체 학생의 80%가 참여하고 있었고, 음악, 시각예술, 미디어, 드라마, 댄스, 정치, 공공서비스, 사회봉사 등 다른 모임들에도 참여하고 있어, 대부분 두 개 이상의 과외 활동을 하느라고 바빴다.
학사행정 담당자 이외의 교내 모든 구성원들도 다른 교수의 강의계획서를 대개 볼 수 있게 되어 있었다. 정치학과의 다른 교수들 강의계획서를 살펴보니, 최소한 10페이지 정도 되었고 많게는 20페이지 넘는 교수들도 있었다. 한마디로 학생들이 한 학기 동안 꼼짝없이 공부에 매달릴 수밖에 없게 만드는 아주 상세한 지침서였다. 또 하나 눈길을 끌었던 것은 학부생들의 수강 과목 숫자가 한 학기에 4과목밖에 안 되었고 대신 수많은 동아리와 과외활동에 참여하고 있었던 점이다. 이를 통해 우정을 쌓고, 자아발견을 하고, 리더십 역량을 기르고 있었다. 수십 개 종목의 스포츠클럽에는 전체 학생의 80%가 참여하고 있었고, 음악, 시각예술, 미디어, 드라마, 댄스, 정치, 공공서비스, 사회봉사 등 다른 모임들에도 참여하고 있어, 대부분 두 개 이상의 과외 활동을 하느라고 바빴다.
수강할 강의 숫자는 줄이되 그 강의의 질은 최고로 높여주고, 나머지 시간에는 동료들과 함께 뛰고 부대끼면서 인성과 리더십 역량을 키우도록 하고 있었다. 이를 위해 대학은 최대의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이렇게 해서 학생들은 자율적이고 주도적으로 공부하면서 학교에 대한 긍지와 함께 공동체와 나라에 대한 사랑도 키워나가는 듯했다.
개별적으로 이야기 나눈 학생들은 먹고사는 문제보다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통해 더 좋은 세상을 만들지 자신의 꿈 이야기를 하곤 했다. 지식 전수와 인성 함양은 대학교육의 핵심일 것이다. 그 과정을 거쳐 준비된 졸업생들은 열심히 배운 지식으로 자신만을 위해 사는 것이 아니라, 이웃과 나라, 그리고 지구촌 같은 공동체에 더 많은 행복을 가져다주려고 노력할 것이다. 재정적인 여건 등이 훨씬 불리하긴 하지만, 서울대도 강의실 내 교육의 질과 인성 함양에 더욱더 매진할 수 있기를 염원해 본다.
서울대 동창회보 22년2월15일자에서.
서울대 동창회보 22년2월15일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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