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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기문 (외교 63-67) 전 유엔 사무총장 저서 <반기문 결단의 시간들> 김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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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01-23
[526호 2022년 1월] 문화  신간안내

화제의 책: “나는 유엔이 구조해준 소년, 아직도 갚아야 할 빚 있다” 

반기문 결단의 시간들
 
“나는 유엔이 구조해준 소년, 아직도 갚아야 할 빚 있다” 
 
반기문 결단의 시간들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 
김영사


“나의 내면에는 여전히 유엔이 구조한 소년이 살고 있다. 유엔의 사명인 평화와 개발과 인권 활동을 촉진하는 것으로 내가 유엔에 진 빚을 계속 갚아나갈 것이다.”

전란 속에 자란 소년은 평화를 꿈꿨다. 가족과 조국을 구해준 유엔은 그에게 존경의 대상이자 꼭 보답해야 할 곳이었다. 반기문(외교63-70) 전 유엔 사무총장의 회고록 ‘결단의 시간들’은 유엔 사무총장에 출사표를 낸 이야기에서 시작해 재임 10년간의 기록을 담았다. 

본문만 650여 쪽인, 그가 직접 쓴 유일한 책이다. 지난해 6월 컬럼비아대학교출판부에서 ‘Resolved’란 제목의 영문판을 먼저 내고, 우리말로 옮기면서 국내 정세에 맞게 수정하고 보완했다. 

유엔 사무총장은 무수한 위협 속에서 ‘평화와 안보’를 지향하는 직분이다. 가자 지구와 리비아, 이란, 스리랑카, 아이티 등 세계 분쟁·재난 지역을 누빈 대목에서 외교관 시절부터 닦아온 협상의 도를 보여준다. 부트로스 부트로스 갈리 전 유엔 사무총장은 “가끔 마지막 순간에 약속을 취소하거나, 세계 지도자의 연락에 하루가 지난 후 응하라”고 조언했다. 그러나 반 동문은 겸손하고 지속적인 접촉을 통해 신뢰와 존중을 쌓는 것이 자신의 외교라고 믿었다. ‘상선약수’, 물의 미덕을 마음에 새기고 “중재자와 당사자에게 공히 유용한 자질은 힘과 결단력이 뒷받침되는 유연성과 겸손”임을 강조했다.   

다만 평생의 난제였던 북한에 대해서는 “당분간 한반도에서 화합과 협력의 기회가 오리라는 기대는 하지 않는다”며 공고한 의심을 보여줬다. 자신이 한국의 지도자에 올랐다면 “북한 지도자를 덜 신뢰했을 것이고, 어쩌면 회담 자체가 열리지 않았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반 동문은 재임 당시 국제사회 최대 공동 목표인 ‘지속가능발전목표’ 채택을 주도한 것과 지구온난화 방지를 위한 ‘파리기후변화협정’ 타결을 이끌어낸 것을 업적으로 자부했다. 순환근무제 등 유엔 개혁도 높은 평가를 받았다. 인류 공영을 위한 많은 노력과 성과들이 최근 코로나19로 인해 무위로 돌아갔지만 여전히 “인류가 스스로를 구원할 힘과 동기를 지니고 있다고 믿는다”고 했다. 세계시민정신의 실천도 강조했다.  

30여 장을 할애한 ‘나의 정치 참여’ 장은 한국어판에만 수록한 부분. 2017년 귀국 후 대선 불출마 선언까지 20일간의 짧고 굵은 정치 참여 소회를 담았다. 혹 아쉬움이 남은 걸까? 그는 “‘다음에 꼭 (대선) 나오라’는 시민을 만나면 그냥 웃고 만다”고 했다. 

유엔의 사명을 필생에 새겼다. 국가기후환경회의 위원장, 국제 원로 자문그룹 ‘디 엘더스’ 부회장 등 이해와 협력을 증진하는 자리는 기꺼이 맡고 있다. 서울에는 ‘보다나은미래를위한 반기문재단’을, 오스트리아 빈에는 ‘반기문 세계시민센터’를 설립하고 신설 모교 국가미래전략원 명예원장으로도 활동한다. 

여전히 테러리스트 조직의 보복 가능성이 있어 24시간 밀착 경호를 받는다. “엄밀히 말해 나는 자유인이 아니지만, 그것을 불평하지 않는다”는 이유, 유엔을 떠나도 그의 투쟁은 계속돼야 하기 때문이다.       

박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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