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수상자 수상연설 전문 "편향된 이념과 진영에 얽매여 '우상의 정치'를 하고 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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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04-20

제1회  4.19민주평화상  수상자

- 제8대 유엔 사무총장 반기문 수상연설 전문 -

 

저는 오늘, 영광스럽게도 제1회 4.19 민주평화상을 수상하게 되었습니다.

자유, 민주, 정의를 열망했던 4월 혁명정신을 가슴 속 깊이 새기게 됩니다.

 

이 상에는 민주이념의 수호를 위해 身命을 바치라는 염원이 담겨져 있습니다.

 

이러한 뜻을 마음에 다지면서, 저는 오늘 아침에 4.19 민주묘지를 참배했습니다.

오늘 이 상을 수상하는 영예로운 자리에서 다시 한 번 자유민주주의, 그리고 정의와 인권을 위해 살신성인하셨던 민주 영령들의 명복을 빕니다.

 

이 상의 제정에 큰 역할을 해주신 김종섭 회장님께 깊은 경의를 표합니다.

이경형 상임 부회장님, 임현진 운영위원장님, 유홍림 심사위원장님, 그리고 관계자 여러분께도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또한 자리를 함께 해주신 서울대학교 오세정 총장님과 이희범 총동창회장님, 유인태 前 국회사무총장님, 유명환 前 외교통상부장관님을 비롯한 모든 분들께 저의 따뜻한 우정을 전해드립니다.

특히 민주화운동의 외길을 걸어오셨던 김정남 전 청와대 교문수석님과 함께 수상하게 된 것을 큰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61년 전 오늘, 주권재민을 외치는 함성의 대열은, 독재권력을 여지없이 무너뜨렸습니다.

 

4.19 혁명 4년 전인 1956년, 유럽에서는 민주주의를 열망했던 헝가리 국민의 외침이 소련군의 탱크 앞에서 무참히 좌절되고 말았습니다.

12살의 초등학생이었던 저는, 학교를 대표하여 ‘멀고 먼 유럽의 한 나라에서 자유와 민주주의를 위해 투쟁 중인 국민들을 도와달라’는 서한을 낭독하고 다그 함마슐트 당시 유엔 사무총장에게 보냈었습니다.

 

그로부터 정확하게 50년이 지난 2006년 10월, 유엔사무총장에 당선된 저는, 수락연설을 통하여 ‘유엔 사무총장에게 나와 같은 서한을 보내는 어린이들이 더 이상 없기를 바란다’고 역설했었습니다.

저의 수락연설 직후, 헝가리 정부는 ‘자유의 영웅 기념메달’을 통하여 저에게 민주주의 수호에 대한 감사의 뜻을 전해 주었습니다.

 

유엔 사무총장직을 수행했던 10년의 여정은 결코 영광과 명예로움으로 수놓아져 있지 않았습니다.

분쟁과 대립을 해결하고 평화의 지평을 넓히는데 있어서 저의 안위를 앞에 놓지 않았습니다.

‘아랍의 봄’이 민주화의 열매로 이어질지 기로에 섰을 때 독재자들에게 용기를 가지고 평화적인 민정이양을 요구했었지만, 생명의 위협에 직면한 적도 있었습니다.

세계시민의 인권신장과 권익의 보호를 위해 목소리를 높였지만, 기득권에 터잡은 저항에 압박받았던 경험 또한 부지기수였습니다.

 

이러한 지나간 삶의 여정을 돌이켜보면 4.19 민주혁명의 정신인 자유민주주의, 정의와 인권 그리고 평화를 위한 길이 제게 운명적으로 예정되어 있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그러나 지금, 민주와 자유를 향한 세계인의 열망에 역행하여, 미얀마에서 민주시민의 생명이 총칼앞에 무참히 쓰러져가고 있는 비극을 전 세계가 참담한 심정으로 목도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민주주의를 알았기에 독재의 시절로 돌아갈 수 없다’는 미얀마 민주세력의 목숨을 건 투쟁에 연대하고 동참해야 합니다.

 

저는 지난 3월 31일, 미얀마 국민의 무고한 희생을 막기 위한 노력으로서 미얀마 방문을 추진했었습니다.

이에 대해 실망스럽게도 미얀마 군부는 지난 4월 13일, 저의 요청을 문서로 거부해 왔습니다.

 

그러나 이에 굴하지 않고, 앞으로도 미얀마의 민주회복에 힘을 보태 나아갈 것입니다.

오늘 받은 상금의 일부를 미얀마 민주세력의 지원을 위해 소중하게 사용하겠습니다.

 

때마침, 오늘 밤 9시부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공개토론회가 열리고, 저는 의장국인 베트남 응우옌 쑤언 푹(Nguyen Xuan Phuc) 주석의 초청으로 안토니오 구테흐스 UN 사무총장과 함께 회의에 참석할 예정입니다.

저는, 미얀마 군부의 만행적 살상을 규탄하고 탄압의 중지를 강력히 요구할 것이며, 이를 위해 국제사회가 행동에 나서줄 것을 촉구할 것입니다.

 

4.19 민주혁명 61주년을 맞은 오늘, 저는 우리 헌법이 갖고 있는 가치와 무게를 깊게 생각해 봅니다.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그리고 법치주의와 인권이 바로 그것입니다.

 

4.19 민주이념이 내재된 헌법적 가치가 국정을 담당하고 있는 세력에 의해서 크게 흔들리고 있습니다.

 

위임받은 권력이 편향된 이념과 진영에 얽매여 ‘國民의 政治’가 아니라 ‘偶像의 政治’를 앞세우고 있다는 비판을 깊이 성찰해 보기 바랍니다.

창의와 경쟁으로 끌어가야 할 시장경제는 온통 규제뿐입니다.

옳고 정당함으로 다스려야 할 법치주의는 ‘법의 지배’가 아니라 ‘법에 의한 지배’로 변질되고 있습니다.

 

대북전단금지에서 보듯이 현 정부의 인권이 우리의 동맹국인 미국 등 국제사회에서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는 사실은 개탄스러운 일입니다.

한반도 평화를 위해 반드시 이뤄내야 할 북한의 비핵화는 감상적 민족주의와 평화지상주의만 요란할 뿐 유효한 대안도 비전도 안 보입니다.

가장 우려스러운 것은 이러한 일들이 공정과 상식을 벗어나서, 위선과 오만으로 행해지고 있으며, 잘못을 시정할 의지와 능력도 잘 보이지 않습니다.

 

우리 국민은 지난 4월 7일 실시된 재·보궐선거에서 정권의 반칙과 편법을 준엄하게 심판했습니다.

선거에서 표출된 민심은 첫째, 主權은 政權이 아니라 국민에게 있다는 헌법적 확인이고 둘째, 헌법적 가치를 훼손치 말라는 경고이며 셋째, 독선과 편 가르기로 국민통합을 해친 것에 대한 질책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민심은 무섭되 정의롭습니다.

국민은 지금 전면적인 국정쇄신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順天者는 興하고 逆天者는 亡한다’라는 말은 경구가 아니라 통치의 근본입니다.

 

시인 신동엽은 ‘껍데기는 가라’라는 詩에서 ‘4월도 알맹이만 남고 껍데기는 가라’고 했습니다.

불의와 부정, 위선과 가식을 걷어내고 자유와 민주, 그리고 정의의 4.19 민주이념을 지켜가자는 외침일 것입니다.

 

4.19 정신의 계승을 통하여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의 미래를 함께 열어갈 것을 다짐하면서 여러분 모두의 건승을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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