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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0-31
20대 10명 중 5명 ‘통일 필요하지 않다’
20대 10명 중 5명 ‘통일 필요하지 않다’
통일평화연구원 2024 통일의식조사
모교 통일평화연구원은 10월 2일 관악캠퍼스 종합연구교육동에서 ‘2024 통일 의식 조사’ 발표회를 열었다.
‘통일 불필요’ 18년 내 최고치
진보, ‘통일 필요’ 보수보다 낮아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라는 노랫말이 무색해지는 우리 국민의 통일 의식 조사 결과가 나왔다. 성인 10명 중 3명은 ‘통일이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했고, 20~30대 젊은 층에선 10명 중 4~5명이 통일에 부정적인 인식을 보였다. 모교 통일평화연구원(원장 김범수)은 10월 2일 관악캠퍼스 종합연구교육동에서 ‘2024 통일 의식 조사’ 발표회를 열고 이같은 결과를 발표했다.
통일평화연구원 통일 의식 조사는 “남북한 통일이 얼마나 필요하다고 생각하는가, 혹은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는가”, “통일이 되어야 하는/되지 말아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통일은 언제쯤 가능하다고 생각하는가” 등을 묻는다. 2007년 첫 조사를 시작한 이래 18년간 동일한 내용을 물어왔기 때문에 우리 국민의 통일에 대한 인식 변화가 뚜렷이 드러난다. 이번 조사는 한국 갤럽이 올해 7월 1~23일 전국 만 19세 이상 성인 남녀 1200명을 대상으로 일대일 면접 조사했다. 신뢰수준은 95%, 표본오차는 ±2.8%다.
이날 발표회 제목은 ‘부상하는 분단 지지, 흔들리는 통일론’. 올해 조사는 통일의 필요성, 통일이 주는 이익에 대한 기대감, 가능성 등에서 부정적인 인식이 예년보다 더 강화된 경향을 보였다. ‘통일의 필요성’을 묻는 말에 ‘전혀’와 ‘별로’를 합해 ‘필요하지 않다’는 응답이 조사 이래 역대 최고치인 35.0%로 나타났다. 반면 ‘통일이 필요하다’는 응답 비율은 조사 이래 최저치인 36.9로 지난해(43.8%)보다 큰 폭으로 낮아졌다. 2007년 첫 조사(63.8%)와 남북정상회담이 이뤄진 2018년(59.7%)에 비하면 절반 수준이다. ‘반반/보통이다’라는 응답도 30% 가까이 나왔지만, 머지않아 ‘통일이 필요하지 않다’가 ‘필요하다’를 처음 역전할 수도 있는 추이다.
특히 20대(19~29세)에서 ‘전혀’와 ‘별로’를 합해 통일이 ‘필요하지 않다’는 응답은 역대 최고치인 47.4%에 달했다. ‘매우’와 ‘약간’을 합해 통일이 ‘필요하다’는 응답은 22.4%에 불과했다. 30대 또한 ‘필요하다’는 응답은 23.9%인 반면 ‘필요하지 않다’는 응답이 45.0%였다.
'남북한 통일이 얼마나 필요하다고 생각하십니까? 혹은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하십니까?'를 묻는 질문에 대한 응답 비율
통일에 대한 견해로 ‘여건이 성숙되길 기다려 점진적으로 통일되는 것이 좋다’는 응답 비율도 2007년 70.6%에서 2024년 역대 최저치인 45.6%까지 내려왔다. 반면 ‘(분단된) 현재대로가 좋다’는 의견은 최근 5년간 꾸준히 상승해 조사 이래 최고치인 31.2%를 기록했다.
‘통일은 언제쯤 가능하다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에 ‘불가능하다’고 답한 비율은 조사 이래 최고치인 39.0%였다. 20대와 30대에선 ‘통일이 불가능하다’는 응답 비중이 각각 45.1%와 43.1%로 40대(35.8%), 50대(34.7%), 60대(38.3%)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20대와 30대를 중심으로 통일이 필요없을 뿐 아니라 불가능하다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고, 이는 통일에 대한 무관심과 현재 분단 체제를 선호하는 인식으로 이어짐을 시사한다”고 연구원은 풀이했다.
통일이 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이유로는 ‘통일에 따르는 경제적 부담’(33.9%)을 꼽은 응답이 가장 많았다. ‘통일 이후 생겨날 사회적 문제’(27.9%), ‘남북 간 정치체제의 차이’(19.2%) 등이 뒤를 이었다. 응답자들은 통일이 ‘이념갈등>범죄문제>지역갈등>빈부격차>부동산투기>실업문제’ 순으로 사회 문제를 악화시킬 것이라고 답했다. 통일이 ‘남한에 이익이 되지 않을 것이다’라고 응답한 비중은 ‘별로’와 ‘전혀’를 합해 57.0%, ‘통일이 자신에게 이익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응답한 비중은 76.8%에 달해, 통일이 사회에게나 개인에게나 이익이 되리라는 기대치도 낮게 나타났다.
정치 성향으로 보면 2019년엔 진보 성향 응답자 중 67.5%, 보수 성향 응답자 중 57.3%가 ‘통일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그러나 5년 뒤 2024년엔 진보 성향의 39.2%, 보수 성향의 42.6%만 ‘통일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진보는 통일에 좀더 적극적이고, 보수는 통일에 회의적일 거라는 예상을 벗어나는 결과다. 이에 대해 이성우 한국문화관광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진보-보수 사이에서 통일 필요성, 북핵위협, 인도적 지원, 경제협력에 대한 입장 차이는 사라지고, 현정부의 정책에 대한 태도와 북한과의 정상회담에 대한 찬반만이 남았는데 왜 그런지 분석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날 토론자로 나선 송영훈 강원대 교수는 “통일에 대한 좌절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평화와 공존이라는 목표와 (북한에 대한) 적대감이라는 인식 간의 괴리가 좌절감과 무력감의 원인이 됐을 수 있다”는 것이다.
청년층이 통일에 회의적인 현상에 대해선 “통일 담론이 오늘의 문제를 해결해주지 못하면 청년들은 응답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강원대에서도 인기 있던 통일 관련 과목이 모두 폐강됐다. 당장 취업이 힘든 지방 학생들은 통일된 미래가 괜찮을 거란 기대감을 가질 수 없을 것”이라며 “MZ세대가 이상한 게 아니다. 냉전의 이분법적 사고 방식에 맞춰져 있는 어른들의 ‘통일해야 한다’는 당위적인 말에 관심 가질 리가 없다. 그들의 목소리에 응답하지 않는 기성 정치인, 지식인, 학교,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정말 통일 담론이 시대의 흐름을 반영하는지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수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