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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28
419 민주평화상 5주년 역대 수상자 좌담회 “우주선 발사장에는 여야 없다, 4·19 정신도 그런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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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민주평화상 5주년 : 역대 수상자 좌담회
“우주선 발사장에는 여야 없다, 4·19 정신도 그런 것”
4월 15일 종로구 반기문재단 회의실에서 김종섭 본회 회장(사진 중앙)이 참석한 가운데 4·19민주평화상 역대 수상자 특별좌담회를 개최했다.
올해 제5회 4·19민주평화상 수상자에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단체로는 첫 선정
지난 4월 15일 서울 종로구 반기문재단 회의실에서 4·19민주혁명 64주년 및 4.·19민주평화상 제정 5주년을 기념해 역대 수상자 특별좌담회를 개최했다.
4·19민주평화상은 김종섭(사회사업66-70) 본회 회장이 5년 전 문리대동창회장을 맡으며 제정한 상으로, 불의에 항거한 4·19 정신(자유·민주·정의·평화·인권)을 계승, 발전시켜 나라와 사회 발전을 이끌어 보자는 뜻이 있다. 1회 반기문(외교63-70) 전 유엔사무총장, 2회 김정남(정치61-66) 전 청와대 교문수석, 3회 김영란(법학75-79) 전 대법관, 4회 안성기 배우가 수상했으며 5회 단체 수상자는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하 항우연)이 선정됐다.
이날 좌담회에는 김종섭 회장과 반기문, 김영란, 안성기 수상자와 항우연을 대표해 이상률(항공공학80-84) 원장이 참석했다. 안성기 배우는 암투병 후 회복 중이나 대화가 불편해 자신의 발언 부분을 서면으로 써 온 것을 동행인이 대신해 읽어 준 것을 반영했다. 1960년대 반독재 투쟁에서 ‘숨은 민주투사’로 활약했던 김정남 전 교문수석은 건강상의 이유로 참석 못 했다. 좌담회는 이경형(사회66-70) 본지 편집인이 진행했다.
-근황과 수상 회고를 해주신다면.
반기문 : 오는 6월 한-아프리카 정상회담이 개최된다. 유엔사무총장 시절 아프리카 여러 나라의 민주화에 큰 노력을 기울였다. 그 인연으로 이번 정상회담에 여러 아프리카 국가 정상들이 올 수 있도록 역할을 하고 있다. 현재 세계원로그룹의 부의장을 맡아서 미얀마 등 군부독재가 지속되는 국가의 정상과 민주화를 위해 노력하는 리더들을 만나 소통 중이다.
김영란 : 4·19 민주평화상을 받을 당시, 내가 4·19와 무슨 관련이 있을까 곰곰이 생각해 봤다. 2004년 첫 여성 대법관으로 임명돼 6년간 일하고, 권익위원장으로 2년간 했던 일을 평가해 주셨다고 생각한다.
현재 시점에서 우리가 4·19 정신을 재해석하고 다시 전달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 고민해 봤다. 부정청탁금지법을 만들 때 우리 사회의 ‘엘리트 카르텔’이 큰 문제라 생각했다. 엘리트 카르텔이 형성되기 전에 막는 게 중요하다고 봐, 친목이 형성되는 단계부터 개입을 하는 게 중요했다. 특히 공무원이 일반 시민에게 미치는 영향이 크니까 공무원에 집중한 면이 있다. 나중에 청탁의 범위에만 관심이 쏠리면서 원래 의미가 퇴색되기도 했지만, 단순한 친목을 넘어 이권 카르텔이 발전해 나가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그 명제는 여전히 유효하다고 본다.
안성기 : 저는 비동문인 것도 특별하지만 활동 분야가 대중문화 쪽의 영화배우라는 점에서도 수상자 선정의 새로운 면모를 보여주었다고 생각한다. 활동 분야나 출신 대학에 기준을 두지 않고 있다는 계기가 됐다는 점에서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또 한 해 한 차례, 오로지 한 명을 위해 행사를 개최한다는 점에서도 국내외 각종 시상식 중 돋보이는 사례라고 생각한다. 한동안 건강관리에 치중하느라 출연 활동을 못 하고 있지만, 영화를 비롯한 문화예술 초청행사와 선후배 만남의 자리는 쉬지 않고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항우연은 4·19민주평화상 첫 단체 수상자다.
이상률 : 항우연이 1989년 10월 개원했다. 정부 출연연구기관 중에서는 늦은 편이다. 아마 우주를 연구하는 단체라 주신 게 아닌가 싶었다. 자유·민주·평화·인권·정의, 5가지 가치 중 우리는 평화라는 가치와 맞을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우주를 언급할 때 여러 가지 영어 표현이 있다. 스페이스, 유니버스, 코스모스. 미국의 천문학자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란 책이 유명하다. 1977년 보이저 탐사선 두 대가 발사됐다. 47년째 우주 비행 중이다. 현재 보이저1이 태양에서 약 240억km 떨어져 있다. 지구와 태양의 거리가 1억5000만km다. 200배 넘는 거리에 있다는 의미다. 1990년 초 보이저1호가 약 60억km 떨어졌을 때, 칼 세이건의 제안으로 지구를 찍었다. 우주 공간에서 지구는 하나의 창백한 푸른 점이었다. 그래서 쓴 시가 ‘페일 블루 닷(Pale Blue Dot)’이다. 칼 세이건은 그 시에서 ‘지구는 광대한 우주 무대에서 하나의 극히 작은 무대에 지나지 않는다. 이 조그만 점의 한구석의 일시적 지배자가 되려고 장군이나 황제들이 흐르게 했던 유혈의 강을 생각해 보라’고 썼다.
우주항공청이 논의될 때 처음에는 항공우주청이란 명칭이 먼저 대두됐지만, 우주가 앞으로 왔다. 이런 걸 보면 우주가 우리 삶에 가깝게 다가왔다는 느낌이 든다. 항공우주연구원에서 우주 분야 1호 엔지니어로 시작해서 기관장을 하고 있고 임기도 거의 끝나간다. 이런 가운데 4·19 민주평화상을 주셔서 너무 큰 영광이고 감사하게 생각한다. 이제는 우주가 과학기술의 영역으로, 국민 속으로 다가가는구나 그런 느낌을 많이 받았다. 우주 경제, 우주 안보, 우주 외교라는 용어도 자주 등장한다. 우리의 기술이 인류의 발전에 기여하는 것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김종섭 : 4·19민주혁명은 우리 국민들한테 꿈과 희망을 준 사건이라고 생각한다. 항우연이 젊은이를 포함한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꿈과 희망을 준 단체이기 때문에 심사위원들이 선정한 게 아닌가 싶다. 지금 나라가 반으로 쪼개져 있는데, 4·19 당시 대한민국은 하나였다. 오로지 자유민주주의를 쟁취하기 위한 그 정신이 하나였다. 4·19 민주평화상이 항우연을 통해 그런 메시지를 주면 좋겠다.
이상률 : 정말 우주선 발사장에 가면 모두가 다 좋아한다. 우주 연구에는 여야가 한뜻으로 밀어주고 있다. 33년 동안 모든 정부에서 꾸준히 10조를 투자해서 이런 결실이 생길 수 있었다. 우주라는 매개체로 우리나라가 통합되는 방향으로 흘러갔으면 좋겠다.
-4·19 민주평화상의 발전 방향에 대해 조언해달라.
안성기 : 어느 분야에서 어떤 인물을 수상자로 선정하든지 때로는 크게 이름을 떨치지 않은 사람일지라도 4·19 정신을 계승, 실현한 본보기의 인물로 부족함이 없고 소리 없이 사회적 기여도를 쌓은 숨은 인물을 발굴해 수상 기회를 주는 것이 어떨까? 때로는 국경이나 국적을 초월해서 외국인도 선정하거나 750만에 이르는 해외동포 중에서도 훌륭한 인물을 찾아내면 좋을 것 같다.
김종섭 : 올해 후보 중 해외에서 의료봉사하는 분들도 추천을 받았다고 한다. 마다가스카르, 카메룬 등에서 슈바이처 박사처럼 봉사한 분들이었다. 심사위원들에게 말씀해주신 것을 잘 전달해 다양한 분야에서 4·19민주평화상의 가치를 드높일 분을 찾을 수 있도록 하겠다.
-22대 총선이 끝났다. 4·19민주평화상 수상자로서 국내외 정세에 대해 한 말씀 부탁한다.
반기문 : 지금 국내외 정세를 보면 민주주의 위기란 생각이 많이 든다. 지난 1월 대만 총통선거를 시작으로 오는 11월 미국 대선에 이르기까지 지구촌 74개국에서 크고 작은 선거가 치러지는데, 올해의 지구촌 선거가 민주주의 확대, 발전보다는 민주주의를 왜곡시켜서 민주주의 위기를 심화, 확대시킬 것이라는 어두운 전망이 많다.
이번 국내 총선에서도 어지러운 세상의 단면이 그대로 나타났다. 한국 민주주의에 대해 정말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팬덤정치, 진영선거에 기대어 국민의 대표자가 되면 안 될 사람들이 국회에 입성하게 되었는데, 공동체의 상식 수준에서 통제돼야 했다. 진영정치, 팬덤정치의 발판으로 전락한 국회의원 소선거구제는 중대형 선거구제로 개선해야 한다. 소위 악바리 같은 사람들이, 내 편 네 편 나누는 정치인들이 되는 폐단이 있다. 1심 이상 판결에서 유죄를 선고받은 자들이 제도의 맹점을 악용해 원내에 진입했는데, 이는 명백히 민주주의 퇴행이고 정치적 방종이라 생각한다. 앞으로 민주주의 위기 퇴행을 제어하는 데 사법권(부)의 독립과 중립이 매우 중요해졌다. 또 대법원 판결까지 몇 년 걸리는 문제도 해결돼야 한다.
김영란 : 과거 서류 재판의 문제를 바로 잡기 위해 법정에 증인 다 부르고 하다 보니 시간을 끌 수 있게 됐다. 재판을 집중해서 한두 번 심리에서 끝내버릴 수 있는 시스템으로 바꿔야 한다. 민사든 형사든 재판 방식에 대한 근본적인 개선이 필요한데, 적체된 사건이 많아 손을 못 쓰는 상황이 됐다. 다 어렵다면, 정치 사건이라도 개선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많은 판사들이 예전 방식 그대로 한다. 요즘 사건 이해 당사자들은 온라인상에서 여러 자료를 보고 열심히 공부하고 온다. 대수술이 필요한 시점이 왔고, 지금 빨리 준비하지 않으면 문제가 더 커질 것 같아 걱정이다.
안성기 : 당락 결과는 조용히 받아들이고 각자의 주어진 자리로 돌아가야 하는데 워낙 골이 깊게 파인 반목의 정치판이 또 어떤 험난한 사태로 바뀔지 국민들은 불안해하는 것 같다. 패자는 패인이 무엇인지 한걸음 물러나 인정하고 승자는 승자답게 오만보다 포용과 협치부터 생각하면 좋겠다.
-세계 도처에서 전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세계가 더 위태로워지는 느낌이다.
반기문 : 세계 여러 곳의 분쟁에서 유엔이 제 역할을 못한다는 비판이 늘 있다. 국제법이 있지만 강력한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특히 안보리 상임이사국이 비토권을 갖고 있어 다섯 나라의 성향에 따라서 문제가 해결되거나 안 되거나 한다. 불행하지만, 강대국들의 유불리에 따라 결정될 수 밖에 없다. 과거 유엔 책임자로서 큰 책임감을 느낀다. 전직 사무총장으로 힘은 약하지만, 세계원로그룹 부의장이자 유일하게 생존한 전직 유엔 사무총장으로서 노력을 하고 있다. 전세계에 전직 대통령은 200명이 넘겠지만, 유엔 사무총장은 저밖에 남지 않았다. 안보리 상임이사국 정치 지도자들의 책임이 너무 크다. 세계시민정신의 자질과 마음가짐을 가진 지도자가 없다. 절망적인 상황이다.
김종섭 : 종교 지도자들이 세계 평화를 위해 행동으로 보여줬으면 한다. 예를 들어 교황이 우크라이나 가고, 이·팔전쟁 현장에 가서 몸으로 막아야 한다고 본다. 행동하는 종교 지도자들이 많으면 문제 해결도 그리 어렵지 않다고 본다. 현장에 가면 답이 보인다고 생각한다.
정리=김남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