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회 4·19 민주평화상 시상식 축사

서울대학교 총장 유홍림

안녕하십니까, 서울대학교 총장 유홍림입니다.

4·19혁명 64주년을 맞아, 민주평화상 시상식에 참석하게 된 것을 뜻깊게 생각합니다. 먼저, 우리 선배님들의 4·19 민주주주의 정신을 계승하고 발전시키기 위해 문리과대학동창회를 재건하신 김종섭 총동창회장님과 김인규 문리대동창회장님의 노고에 감사드립니다. 문리과대학동창회가 주관하는 4·19 민주평화상은 민주주의 위기론이 팽배한 지금에 민주주의의 가치를 되짚어 보는 계기를 마련하고, 한국 민주주의가 발전해나가는 데 기여하고 있습니다.

오늘 4·19 민주평화상 수상자로 선정되신 한국항공우주연구원에 축하드립니다. 4·19 정신은 그간 대한민국 민주화와 경제발전의 동력이었고, 과학기술 시대가 된 현재에는 우리 국민의 도전정신으로 계승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이러한 도전정신을 대표하는 기관으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항공우주기술 개발을 통한 국가 발전을 위해 설립된 전문연구기관으로서,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끊임없는 연구개발 노력으로 세계 수준의 항공우주 전문기관으로 거듭나고 있습니다. 특히 2022년 독자개발 우주발사체 누리호의 발사 성공은 우리 국민들의 자긍심을 고취하고, 우주를 향한 대한민국의 미래를 여는 계기를 마련하였습니다.

현대사회에 과학기술은 국가경쟁력의 핵심 원천이고, 따라서 과학기술 발전은 공동체의 미래 기반을 다지는 ‘공동선’을 위한 노력입니다. 특히 항공우주 산업은 국가안보에 미치는 중요성뿐 아니라 첨단기술이 집약된 고부가가치 산업으로써 국내 산업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큽니다. 이런 중요성 때문에 정부에서는 우주항공기술을 12대 국가전략기술 중 하나로 선정했고, 올해 5월에 우주항공청이 출범할 예정이기도 합니다. 우리나라의 원대한 꿈을 위해 그간 묵묵히 최선을 다해 오신 이상률 원장님을 비롯한 임직원 여러분께 큰 축하와 감사를 전합니다.

작년 2월에는 한국항공우주연구원 고정환 前본부장이 우리 대학 졸업식에서 축사를 하신 바 있습니다. 축사 내용 중에 “누리호와 같은 대형 시스템 개발은 수많은 인원이 합심해서 일을 수행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아무리 과학이 발달해도 모든 일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사람이고, 그런 사람들에 대한 존중과 배려, 신뢰가 없으면 어떤 일도 제대로 진행할 수 없다”는 말씀이 인상적이었습니다.

하지만 본부장님의 말씀과 달리, 우리 사회는 점점 더 타인에 존중과 신뢰, 함께 사는 공동체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개인의 성공과 물질적 만족만을 추구하는 사회 풍토는 높은 자살률, 낮은 출산율과 같은 자기 파괴적인 결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극단적 개인주의에 따른 개인의 원자화, 공동체의 파편화 문제는 우리 사회의 정신적 기반인 민주주의까지 위협하고 있습니다.

개인이 자신이 속한 사회를 자신의 공동체로 받아들이지 않는 것이 파편화된 사회의 모습입니다. 하지만 나로호 발사 당시를 떠올리면 많은 국민들이 자기 일처럼 관심을 갖고 성공을 함께 기뻐했습니다. 국민 개개인이 대한민국이라는 공동체의 구성원임을 인식하고, 유대감을 느끼는 계기가 된 것입니다. 이뿐만 아니라 앞서 말씀드린 대로 항공우주기술은 우리 공동체의 발전을 견인하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면에서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의 그간의 노력과 성과는 4·19 정신을 계승한 도전정신의 표상이자, 우리사회 ‘공동선’을 위한 헌신입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에 다시 한 번 수상을 축하드리고, 앞으로 더 큰 발전을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