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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20
제5회 419 민주평화상 수상자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이상률 원장 수상 연설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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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11: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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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문리과대학 동창회 4·19 민주평화상
수상 연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장
이 상 률
여러분, 반갑습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원장 이상률입니다.
먼저, 우리 기관을 대표해 이렇게 뜻깊은 상을 받게 되어
참으로 기쁘고 영광스럽다는 인사를 드립니다.
4·19 민주평화상은 서울대 문리과대학 동창회가
제정한 상으로, 4·19 정신을 계승하기 위해
민주주의 정착과 사회정의, 평화 구현에 기여한 분들을
매년 선정해 시상하고 있습니다.
반기문 전 UN 사무총장, 김정남 전 청와대 비서관,
김영란 전 대법관과 국민배우로 불리는 안성기 씨에 이어
개인이 아니라 기관으로는 처음으로,
우리 연구원이 수상의 영예를 안게 되었습니다.
항우연은 그동안 항공우주분야에서 이룬
과학기술적 성과를 인정받아 여러 상을 받은 바 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각별한 의미를 지닌 상을 받는 것은 처음입니다.
연구원 구성원 모두가 어느 상보다 뜻깊고 소중하게 생각하며
우리가 하는 일에 더 큰 보람과 책임감을 느끼게 되었다는 점,
기관을 대표해 이 자리에서 꼭 전해드리고 싶습니다.
아울러 우리 연구원에 4·19 민주평화상을 주신 의미를
앞으로도 가슴에 깊게 새기도록 하겠습니다.
1960년 4·19 혁명은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상징이자
우리나라가 민주 평화의 길로 나아가는 전환점이었습니다.
8·15 광복과 6·25 전쟁을 거치는 동안
채 피어나지 못했던 대한민국 민주주의와 산업화의 꽃을
본격적으로 피우기 시작한 역사적 계기이기도 합니다.
우리가 정의를 세우기 위해 불의에 맞서던 그 시절,
세계는 우주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습니다.
1957년 옛 소련이 최초의 인공위성 스푸트니크 1호를 발사했고,
1961년 유리 가가린이 인류 최초의 우주비행에 성공했습니다.
그해 5월 미국 케네디 대통령은
1960년대가 가기 전에 달에 사람을 보내겠다는
야심차고도 원대한 달 착륙 미션을 발표했으며,
1969년 7월, 마침내 인류는 처음으로 달에 발자국을 남겼습니다.
그 결과 인류는 짧은 시간, 우주와의 거리를 크게 단축했고,
우주개발 역사에서 눈부신 성과를 올렸습니다.
우리의 우주 도전 역사는 선진국들보다 많이 늦었던 게 사실입니다.
1989년 설립된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지난 34년간
우리나라 항공우주 분야 성장에 중심적인 역할을 해 왔습니다.
출발은 비록 늦었지만, 추격의 속도는 놀라웠습니다.
국내 최초의 우주발사체인 나로호 발사에 이어
2022년 독자 기술로 개발한 누리호 발사에 마침내 성공하며,
자력으로 실용위성을 우주로 보낼 수 있는
세계 7번째 국가로 당당히 발돋움했습니다.
또한 2022년 한국 최초의 달 탐사선 다누리가
성공적으로 달 궤도 진입하여 임무를 수행하면서
대한민국은 세계 7번째 달 탐사국에도 이름을 올렸습니다.
1999년 다목적실용위성 1호 발사를 시작으로
총 6기의 정밀 지구관측 저궤도 위성과
3기의 정지궤도 위성을 개발하고 운용하는 등
세계적 수준의 다양한 지구관측 위성도 확보하게 되었습니다.
우주 선진국에 비해 출발은 30년 이상 늦었지만,
우리의 발사체로, 우리 땅에서, 우리의 위성을 보낼 수 있는
우주 강국으로서의 능력과 면모를 갖추게 된 것입니다.
항공 분야에서도 괄목할 만한 발전을 이루었습니다.
순수 국내 기술로 개발한 4인승 소형항공기 반디호는
2001년 초도 비행에 성공한 후 국내 민간 항공기 최초로
미국 시장에 수출되기도 했습니다.
또한 한국형헬기개발사업, KHP에 적용할
민·군 겸용 핵심 구성품 18종을 성공적으로 개발해
세계 11번째 헬기 자체 개발 국가로 도약하는 데 기여했습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세계 항공기 시장의 변화에 발맞춰
수직이착륙과 고속비행이 모두 가능한
틸트로터 스마트 무인기를 세계 두 번째로 개발하는
쾌거를 이루기도 했습니다.
현재는 미래 도심 간 이동을 위한 항공기와
차세대 무인기 개발에도 역량을 집중해
무인이동체 원천기술과 유무인 겸용 개인항공기(OPPAV)를 개발하고,
세계 최고 성능을 지닌 성층권 드론 개발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하늘과 우주에서 달성한 눈부신 성과는
우리의 노력만으로는 불가능했습니다.
실패에 굴하지 않는 우리 연구원의 도전과 정부의 과감한 투자,
여기에 변함없는 응원의 박수를 보내주신
국민들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그렇기에 오늘 저희가 받은 4·19 민주평화상은
우리 연구원에게만 주신 상이 아니라,
그동안 하늘과 우주를 향한 도전에 함께 하고 성원해 주신
모든 분에게 주시는 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울러 앞으로도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더 먼 하늘과 우주를 향해 도전을 이어가라는
따뜻한 격려이자 따가운 채찍으로 받아들이겠습니다.
아직 갈 길이 멀고, 할 일이 많습니다.
그동안의 성과에 만족하거나 자만하지 않겠습니다.
오늘 4·19 민주평화상 수상을 계기로
단기적으로는 우리 연구원이 현재 수행 중인 연구개발 사업,
중장기적으로는 대한민국 우주항공 발전을 위한 우리의 미션을
다시 한번 꼼꼼히 살펴보고 신발 끈을 조이려고 합니다.
우리 연구원은 지난해 한국형발사체 누리호의
3차 발사에 성공하며 우리 손으로 개발한
발사체의 안정된 성능을 입증했습니다.
지금은 누리호 4차 발사를 준비하고 있으며,
오는 2027년까지 3차례 추가 발사를 통해
누리호의 성능을 안정화하고,
기업체로의 기술이전을 진행할 것입니다.
아울러 지금까지 축적한 성과와 기술력을 바탕으로
오는 2032년까지 우리 발사체로 달 착륙선을 보내기 위한
차세대 발사체 개발 사업도 성공적으로 수행해
우리나라 우주 발사 역량을 한층 높여 나가겠습니다.
나로우주센터는 민간 소형발사체 발사장을 착공하고
우주산업 클러스터 삼각체제 구축사업의 일환으로
민간 발사장 확장을 위한 설계에 착수할 계획입니다.
국내 최초의 달 궤도선 다누리호의 경우
당초 임무 운영 기간 1년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고,
2025년까지 연장된 임무를 수행할 예정입니다.
또한 달 궤도선을 개발하는 달 탐사 1단계 사업을 마친 데 이어
2032년까지 우리 발사체로 달 착륙선을 발사하는
달 탐사 2단계 사업을 통하여
우리나라 우주활동 영역을 확대해 나갈 것입니다.
위성 분야에서는
고해상도 영상레이더 위성인 다목적실용위성 6호의 경우
최종 조립과 시험을 완료하고 발사를 기다리고 있으며,
초고해상도 광학위성인 다목적실용위성 7호도
주요 기능과 성능 검증을 완료하고
언제든 발사할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하고 있습니다.
다목적실용위성 7A호의 위성체 총조립 시험,
정지궤도공공복합통신위성의 설계 및 조립 준비 등도
차질 없이 수행할 것입니다.
여기에 산업체가 주관하는
차세대중형위성 개발사업에도 참여해
2호, 4호, 5호의 탑재체 개발을 진행하고,
기술관리 및 감독을 충실히 수행할 계획입니다.
항공 분야에서도 많은 연구개발 사업을 추진 중입니다.
지난해 제작을 완료한 재난감시용 성층권 드론에 대해
지상시험과 비행시험을 수행하고,
우주비행기 축소기를 제작하는 등
신개념 항공기술 연구개발에 박차를 가하겠습니다.
또한 소형 무인기 인증기술 개발사업을 완료하고,
도심항공모빌리티(UAM) 기체의 통합운영 실증시험을 수행하는 등
첨단 모빌리티 산업 발전 선도에도 힘쓰겠습니다.
한편, 국가 및 민간에서 필요로 하는
영상획득 업무를 수행 중인 국가위성정보활용지원센터를 비롯해
다부처 사업인 한국형 위성항법시스템(KPS) 개발사업을 주관하는
KPS개발사업본부도 계획된 로드맵에 따라
단계적으로 임무를 수행해 나갈 예정입니다.
도전적인 혁신연구 활동을 전개하는 미래혁신연구센터,
차세대 무인이동체 기술을 개발하는 무인이동체사업단,
국가 우주전략기술 자립화를 위한 스페이스파이오니어사업단도
미래 우주항공 발전을 견인하는 연구개발에 주력할 것입니다.
우리 연구원은 하늘과 우주를 향한 연구개발 외에도
변화된 대내외적인 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응해야 하는
시대적 과제를 동시에 안고 있습니다.
과거 국가가 우주 탐사와 우주개발을 이끌던 시대에서
이제는 민간이 주도하는 시대로 접어들었습니다.
이른바 뉴스페이스 시대가 열린 것입니다.
정부 주도로 대규모 투자와 연구개발이 이루어지고
우주 관련 산업 기반이 조성되는 단계를 벗어나
이제는 기업 주도의 우주탐사와 연구개발이 진행되면서
우주산업 생태계도 더욱 커지고 다양해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시대적 변화에 부응하고
우주 관련 산업을 대한민국 미래 먹거리로 만들기 위해
그동안 연구개발 사업을 통해 축적한
우주항공 관련 기술의 산업체 이전을 가속화해
국내 관련 산업 발전과 생태계 활성화에 기여할 것입니다.
이와 함께 국내 우주항공 발전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할
우주항공청 특별법이 올해 초 국회에서 통과됨에 따라
우주항공청 출범을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한국판 NASA’로 불리는 우주항공청은
우주항공 관련 정책의 수립과 조정은 물론,
관련 분야 연구개발과 핵심 기술 확보, 우주자원 개발,
우주항공산업 육성 등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하게 됩니다.
우리 연구원은 우주항공청 소관기관으로서
이른 시간 내에 우주항공청이
우주항공 분야 컨트롤타워의 위상을 갖출 수 있도록
우리에게 부여된 임무와 역할에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우주항공은 피할 수 없는 세계적 흐름이고,
다음 세대에게 영감을 주는 것과 동시에
다가오는 미래 경제의 블루오션입니다.
우주항공의 미래가 국가의 미래를 결정짓는다는 책임감으로
우리 연구원의 임무와 역할을 돌아보고 점검하면서
더 높은 하늘과 우주를 향한 도전을 멈추지 않겠습니다.
4·19 민주평화상을 우리 연구원에 주신 것은
그동안의 성과에 만족하지 말고
앞으로도 국민 모두에게 미래의 꿈을 심어주는 일에 주력하고
우주의 평화적 활용에 앞장서 달라는 뜻이라고 이해합니다.
UN이 채택한 우주법 선언에서는 모든 우주활동이
세계 평화와 안전을 위해 행해져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우리 연구원도 우주의 평화적 활용을 통해
인류와 우리 사회의 평화적인 발전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64년 전 한목소리로 민주주의를 외치며
세계를 놀라게 했던 4·19 혁명의 소중한 의미를
가슴에 새기며, 평화적인 우주개발로
세계를 놀라게 하는 그날을 그려봅니다.
다시 한번 이런 뜻깊은 수상으로
더없이 기쁘다는 말씀과 함께
이렇게 소중하고 영예로운 기회를 주신
서울대 문리과대학 동창회에 깊은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여러분 모두의 건승을 기원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024. 4. 19.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원장 이 상 률